BTS에 화내는 중국 분노청년 - 한국은 교만하다?
중국의 '분노 청년들'
현대판 홍위병이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중화사상이 골수에 배어있는 세뇌된 젊은이들이다.
그들은 중국을 제외한 세계의 모든 나라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있다.
BTS? 중국이 돌봐 주던 꼬마가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가수 이효리가 자기의 예명으로 “마오”를 거론했다가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그 뒤 방탄소년단(BTS)도 밴플리트 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전쟁을 “한미가 겪은 고난의 역사”라고 했다가 역시 곤경을 치렀다.
한국인들은 크게 당황했다.
중국 네티즌들이 "중국에 대한 예의를 지켜라", 혹은 "역사를 제대로 배워라"라고 분노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럼, 무엇이 예의에 어긋나고, 역사를 왜곡했다는 것일까?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인 김민희 씨는 20년 가까이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면서 이런 문제에 맞부딪쳐온 연구자다
그의 최근 저서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은 이와 같은 우리의 의문에 대해 단서를 제공해 준다.
‘분노청년’은 중국 온라인에서 "맹목적으로 애국하고, 광적으로 외국을 배척하고, 자유주의적 지식인을 공격하는" 청년 세대를 가리키는 용어다.
과연 이들은 중국에서 어떤 존재이며, 한국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에게서 들어 본다.
분노청년'은 한마디로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은 옛날 문화혁명 당시의 홍위병인 셈이다. 홍위병이 마오쩌둥의 권력에 이용당했던 것처럼, 그들은 중국 공산당에 이용당하고 있다. 홍위병의 사상적 무기는 사회주의였는데, 이들의 무기는 애국주의다. 홍위병은 자산계급을 공격했고, 분노청년은 외국을 공격한다. 이들은 모두 서양을 비판하고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즉, 중화주의다. 분노청년은 특히, 중국은 위대한 고대문명을 갖고 있으며 사회주의 대국인데 세계가 중국을 존경하지 않고 중국의 뜻대로 하지 않는 데 대해 분노한다. 90년대 이후 출생자인 최근의 ‘소분홍’ 세력은 고학력층도 많고 한류에 익숙한 세대다. 그래서 애국주의 교육과 팬덤 문화가 기묘하게 섞여 있다. 팬덤의 대상은 시진핑과, 민족, 국가다.
‘분노청년’이 태어난 배경
대약진운동이 실패하고 마오쩌둥이 비판받자, 그것에 대항해서 홍위병이 나타난 것처럼, 분노청년은 1989년 천안문 사건의 충격으로 나타났다. 공산당은, 공산당의 업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당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천안문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았다. 그 이후로 근현대사 교육을 중시하여 비판적 젊은 세대가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애국주의 교육과 운동을 벌였다. 국치를 잊지 말고 분발하자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외국에 대해 비이성적이며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성향을 갖게 됐다. 서양 제국주의 침략을 강조하고, 자신들의 위대한 고대와 치욕적 근대사에 대한 기억이 청소년들 마음속에서 극도의 분노를 불러일으켰으며, 중국을 제외한 세계의 모든 나라를 악마화했다. 한국 전쟁 역시 자신들이 미국으로부터 북한을 구해준 전쟁이라고 교육받는다.
속 좁은 중국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한국에 열광했는데 지금은 한국이 교만하고 음흉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단오제, 김치(파오차이) 등을 한국의 문화로 바꾸어 세계문화유산에 올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한류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에 대해 불쾌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일본도 과거사 문제로 미워하지만 최근엔 한국을 더 싫어하게 된 것 같다. 홍콩 시위에 지지를 보냈으며, 학술회의에서 '단오제를 빼앗아 갔다'고 공격을 한다. 겉으로 표현은 안 해도 '한국=속국'이라는 정서가 강하게 배어 있다.
한국과 중국 , 모두 냉정해야!
한국의 어중이떠중이 역사학자들이, '중국의 고대 문명은 모두 동이족이 만든 것', '공자도 치우도 한국인'이라는 투로 주장하는 것을 중국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면서 감정이 악화했다. 우리도 그런 빌미를 주면 안 된다.한국이든 중국이든 이성적으로 현상을 바라봐야 한다. 오해도 있는데, 중국에서 '파오차이’(泡菜)는 한국의 김치를 가리킨다. 한국인을 경멸적으로 부르는 호칭이기도 하다.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소식을 중국 언론에 알린 중국인 교수도 '한국처럼 전통문화를 소중히 해야 한다'는 취지로 한 것이었는데, 언론에서 '한국이 가로챘다'는 식으로 기사를 낸 것이다.
중국에서도 2010년까지는 랴오바이핑 같은 유명 칼럼니스트나 여러 학자들이, 이들을 '병적 애국주의'라며 비판하고, ‘하루 종일 반미, 반일만 생각하는, 영원히 성장하지 못하는 감정적인 동물'이라고 하는 등, 매우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 이후 국가적 압박이 강화되면서 이들의 목소리는 급격히 힘을 잃고 있다. 솔직히 매우 당황스러운 현상이다. '우리가 알던 중국이 아니다'라는 탄식을 자주 한다.
이런 문제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중국 당국의 사고가 변화되어야 한다. 미-중의 대결 상황 이후, 중국 정부가 외국을 대하는 방식이 매우 공격적이고 배타적이다. 지금의 중국 Z세대는 유치원 때부터 애국사상이 주입된 세대다. 소수민족 문제나 빈부격차 등의 내부 문제가 아무리 불거져도, 체제에 반감을 품기보다는 국가가 선전하는 방향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